언론의 중요성과 그들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자세
선거의 투표 행위를 비롯한 대의 민주주의라는 거의 모든 기준에서 우리나라가 형식적으로만 민주적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민주적 기초는 악화되어 왔다. 이는 미국도 다를 바가 없다. 작가 그레이더(William Greider)가 분명히 했듯이, 만약 민주주의라는 말이 “국민들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의미한다면, 미국의 정체는 “심각하게 타락한 상태이다.” 이는 한국 사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민주주의의 기준에서 시민들의 정치 참여는 심각한 약점을 안고 있다.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의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이론에서 사회는 3가지 주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언론이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첫째, 권력 그리고 권력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엄중한 감시견(watchdog)으로 행동하는 것, 둘째 거짓으로부터 진실을 파헤치는 것, 셋째 중요한 이슈에 대한 매우 광범위한 입장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각각의 미디어가 이들 모두를 행할 필요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미디어 체계는 시민들이 이러한 저널리즘의 가치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민들은 단지 청중일 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이다. 공중은 전문가가 알려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그릇이며, 홍보 행위를 위한 구실일 뿐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시민들은 현재 상태로부터 벗어날 아무런 출구도 없게 되고, 전체로서 정치 문화를 비판할 수 있는 아무런 능력도 갖지 못하게 된다. 만약 언론의 감시견 기능이 느슨하게 되면, 반드시 부패가 자랄 것이며, 선거제도는 타락할 것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언론은 상업주의에 영향을 받고 있다. 즉,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뉴스가 시민들에게 필요한 뉴스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 또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과 기업에 대한 보도들은 많은 시간과 위험 요소, 그리고 많은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외된다. 이로 인해 수용자들은 싸구려의 보도에 익숙하게 되어 마침내 보통의 시청자들도 반드시 질 좋은 언론을 기대하지 않게 되고, 아마도 훌륭하게 생산된 이야기와 평균미달의 이야기 사이의 차이를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슬픈 사실은 수용자들이 이러한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언론 경영인은 제품의 질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의 상업화와 민주적 역기능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선거보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있어서 정책의 중요성보다는 시청률과 구독률을 높일 수 있는 가십성 기사를 선호하며, 지지율이 우선되는 여론조사가 선호되는 경마식 보도를 선호한다.
또한, 언론사와 언론인의 보수적 편향성은 언론보도에 있어서도 편향성을 보이게 된다. 지배적인 미디어의 언론인들은 건강보험 없이 살아가는 것, 알맞은 주택을 정할 수 없다는 것, 아이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자라는 것, 심각한 빈곤의 위협에 직면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보수적 편향성을 지닌 지배적 언론은 특정 정당에 편향적인 보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선거에 있어서 중요한 정책에 대한 해설과 여론수렴보다는 상업적 가치를 높이는 보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대안은 시민(유권자)에게 있다. 시민들이 언론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자신들의 목소리가 담기도록, 그리고 내 삶이 개선될 수 있는 정책들이 담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개개인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그래서 유권자 연대가 필요하다. 언론의 기능을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확립하는데 있어서 섣부른 패배주의는 금물이다. 기득권의 벽이 높지만, 끊임없는 유권자 운동은 개혁의 성과를 보여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여성문제, 인종문제, 장애인 문제 등의 개혁은 부단한 운동의 성과였다는 것을 되새기며, 유권자 운동으로 나아갈 때다.
안영민(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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