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심신이 풍성한 가을의 끝자락에서 문화재를 찾아 다니며 조사 발굴 하기로 계획한 일정들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우리고장을 속속들이 알아 가는 재미가 이루 말할수 없이 기쁘다. 오늘은 산동면 중절리 창덕암 3층석탑을 찾는날이다. 언젠가 지인께서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난다.여름에는 날씨가 무척 덥다가 겨울이 오면 추워지는데 그것은 태양과 지구 사이가 그렇게 멀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과 해의 각도가 기울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그 기울기만큼 햇볕의 복사열이 작아지고 밤이 길어지고 그림자가 길어져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한다.인간과 인간 사이도 마찬가지인것 같다.거리가 멀어져 사랑과 관심이 식은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기울어지면 인간과 인간 사이가 식어 가고 어두워 지고 멀어지는것.우리가 눈을 바라보는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마음의 기울기를 맞추는 것처럼 상대의 말을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같이 아파하고 같이 눈물 흘리는 것도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는 것도 모두가 마음과 생각의 각도가 맞춰짐으로.이때 우리 인간관계가 영글어 가고 깊어지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생각이 밝아지는 것을 느끼게한 창덕암에서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다녀 왔으니 창덕암과 주변을 소개하지 않을수 없다.삶이 무겁고 힘겨운 것은 그 만큼 세상의 이기심과 욕심이 크다는 증거 일 것이다.누구든지 창덕암을 다녀와 필자처럼 삶의 무게를 줄여 가기를 바라면서 소개 해 본다.
먼저 창덕암이 있는 고남산(古南山)은 산동면 중절리(中節理)와 운봉읍 권포리(權布理) 사이에 있다. 높이 856m이며 남원시에서 동북쪽으로 바라보면 운봉 여원재 서쪽 끝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곧 이 산이다. 사람들은 이 산을 태조봉(太祖峰)이라고도 하는데 태조봉이라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고려말 우왕(禑王) 6년(1380) 인월리에 본 진을 치고 약탈, 살인, 방화를 서슴치 않았으며 장차 공주를 거쳐 서울 한양으로 쳐들어 갈 것이라 호연 장담한 왜구(倭寇)의 병력은 2천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 우두머리는 아지발도(阿只拔都:18세)인 바 그에게는 알 수 없는 괴력이 있었다.
"자! 이 아지발도를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그 놈은 쇠로 생겨 활을 맞아도 죽지를 않고 몸에 맞은 화살이 튕기져 나온다는데".이런 말이 유포되니 아지발도의 말만 들어도 무서워서 덜덜 떨었다고 한다.아닌게 아니라 이제 18세 밖에 되지 않지만 몸이 어찌나 크고 힘이 장사인지 한끼니 밥을 한 말을 먹고, 백근짜리 돼지를 혼자 거뜬히 먹어 치웠으며.기운이 넘쳐 갑옷을 쇠로 만들어 얼굴만 살이지 온 몸을 철판으로 감았기에 싸움터를 달려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다고 한다.이 때 조정에서도 날마다 묘책을 강구하느라 중신들 회의를 했지만 뽀족한 대책이 서지 않았는데 어느 중신이 이성계 장군을 추천하였다고 한다.
장군은 원래 함경도 출신으로 여진족을 대항하느라 무술을 익혀 이제는 천하 제일의 명궁이며 그 뿐 아니라 여진족의 대장 퉁두란(董豆蘭)이 수하를 이끌고 이성계장군에게 굴복 했는데 퉁두란의 활솜씨는 신묘하였다. 이제 이장군의 명궁에다 퉁두란의 활솜씨가 하나가 되었으니 고려말 이 두 장군의 활은 신궁(神弓)이라 할만치 위력이 있었다고 일행이 가르쳐 주셨다..이러한 이성계장군이 추천이 되니 우왕도 마음을 놓고 곧 이장군를 정왜원수(征倭元帥)로 임명하여 남원으로 출정을 명하여 이성계장군은 변안렬(邊安烈)을 참모로 삼고 퉁두란을 아장으로 삼아 한양을 출발, 전주 한벽당에 잠시 들려 쉬었다가 대오를 정비하여 쏜살같이 남원에 도착하여 이 때 멀리 운봉쪽을 바라보니 고남산이 유난히 뽀죽하여 이곳에 올라가 산신제를 올려 우선 천지신명께 전승을 기원하고 제단을 쌓아 경내를 신성하게 하고, 창덕암(昌德庵) 약수터에서 목욕재계 한 다음, 고남산 제단에 올라가 3일간 산신에게 전승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고 하는데 목욕재계한 약수터를 가보니 정기를 얻을만한 곳 이었다.따라서 장군은 황산에서 아지발도를 사살하는데 성공하였으니 어쩌면 고남산 산신제 때 어떤 계시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아지발도는 왜국을 출발할 때 애인이 있었는데 그 애인은 출전하는 아지발도의 옷자락을 붙들고 하는 말이"장군님의 이번 출정은 대단히 불길하오니 다음 기회로 미루소서. 조선에 가면 황산이란 곳이 있는데 그 곳 산신이 크게 노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하자 이 말을 듣던 아지발도는 "요망한 계집이라며 장부의 앞길이 불길하다니 네가 필연코 황산 산신의 화신이 아니냐"? 며 단칼로 목을 베었다고 한다.사람들은 애매한 목숨을 죽인 죄값을 황산에서 받은 것이라 하였다 하는데 사람들이 고남산 정상을 태조봉이라 부르게 된 것은 이런 사연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덕암 보살님의 말씀에 의하면 등산객이 2시간 정도 올라가야 고남산 정상에 도착한다고 하기에 다음엔 꼭 도전해 볼 계획이다.
창덕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유산은昌德庵三層石塔이다. 네모 난 2단의 받침돌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렸다.탑신의 몸돌 크기는 2층까지 거의 줄지 않고, 3층에서 눈에 띄게 줄어 전체적으로 길쭉한 인상을 주고 있다. 지붕돌은 밑면에 3단씩의 받침을 두었으며, 처마는 느리게 곡선을 그리다 네 귀퉁이에서 살짝 위로 들려있다.전설에 의하면 이 탑에 기도한 사람은 신의 도움을 받아 소원성취 하였다 하는데, 음력 4월 8일의 부처님 오신날이 되면 기도를 드리고자 찾아온 사람들로 일대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특히 이곳은 주지스님이 안계시고 보살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깨끗한 주위 환경에 비해 절의 분위기보다 기도도량의 분위기가 아쉬웠으나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마음으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보기로 했다.
자연스런 암석이 굴 형태를 이루는 곳에 장방형의 미륵불입상이 모셔져 있다. 두 손은 공수하고 있듯 주름으로만 표현되어 있는데, 현대 추상조각을 보듯 정신세계가 응집되어 영험한 미륵불이라고 한다.
암자에 가면 항상 느낀것이 과거와 현대의 부조화가 아쉬웠다.샷슈로 만들어진 부품들이 대자연의 산사의 모습과.......
일행이 찾아간 시간은 수능생을 위한 법회를 준비하시느라 바쁘셨다.창덕암내의 원통보전은 1999년에 건립된 목조 기와집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이며, 주심포 형식 위에 풍판을 댄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다. 편액은 ‘원통보전’이고, 주련은 없으며 문짝은 양쪽이 3분합이고 중앙은 4분합의 교살창이다.
전각 내외부애는 단청이 칠해져 있으나 벽화는 그려져 있지 않다. 내부에는 닫집은 화려하고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며, 우물반자에 연화단청이 곱게 칠해져 있다. 수미단 위에는 인간문화재인 목아 박찬수가 조성한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고, 그 옆으로 지장보살좌상이 협시하고 있다.
내부의 불화로는 관음보살상 뒤쪽에 후불탱이 있고 그 좌우로 지장탱과 신중탱이 봉안되어 있다. 전각 왼쪽에는 영가단이 조성되어 있다.
원통보전은 아래쪽은 콘크리트 2층 건물의 요사채가 기단부처럼 자리하고 있어 목조건물의 위용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창덕암의 주변경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빼어났다.남원시 산동면의 88고속도로 위에 있는 고남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창덕암이 있는 산동면의 인구는 6,000여명이다. 17개 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쪽으로 동면· 산내면, 서쪽으로 산동면· 이백면, 남쪽으로 주천면, 북쪽으로 아영면· 장수군 번암면과 접한다. 특히 동쪽에는 덕두산(1,150m), 비대봉(1,165m), 세걸산(1,207m) 등 1,000m 이상의 지리산 자락이 있고, 서쪽에는 고남산(846m)과 여원치(410m) 등이 솟아 있다. 지형적 영향으로 고랭지 기후를 나타내어 눈도 많이 내리고 여름철엔 서늘하여 25℃ 이상의 기온이 드물다고 한다.
또 동쪽의 높은 산에서 넓은 분지로 용산천, 동천 등이 흘러 골짜기를 만들고 퇴적물이 그 주변에 덮여 있으며 물이 풍부하여 벼농사가 발달해서 전북에서 추수량이 가장 많아 그해 작황의 예상지표가 되나 냉해가 잦다고 한다.
일반적 지세로소백산맥의 한 줄기가 동쪽으로 솟아 대성산(大成山)이 되고, 북쪽으로 만행산이 높이 솟아 천황봉(天皇峰)을 이룩하였다. 남쪽으로는 고남산(古南山)의 태조봉(太祖峰)이 자리잡고 있으며 산에는 소나무와 활엽수가 숲으로 덮여 있으며 유실수 가꾸기에 힘써 감, 밤 등 유실수를 마을주변의 산에 조성(임야 총면적의 5%정도)하여 주민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는데 필자는 가을에 밤따고 줍기 축제를 창덕암 주변에서 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였다.어디에 가도 청초한 창덕암의 가을 단풍은 그 아름다움을 빼 놓을수 없음을 자부하며 준비해간 호박죽과 이회장님께서 댁에서 직접 따오신 단감을 깎아 먹으며 하루일정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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